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퓨리오사, 액션, 현실 대항)
퓨리오사, 이상을 버리고 현실과 싸우다
많은 분들이 맥스를 주인공으로 생각하지만, 저는 이 영화의 진짜 주인공은 퓨리오사라고 봅니다. 샤를리즈 테론이 연기한 퓨리오사는 임모탄의 여인들을 이끌고 '녹색의 땅'을 향해 탈출합니다. 삭발에 한쪽 팔이 없고 얼굴에 검은 기름을 칠한 모습은 여전사 그 자체였는데, 저는 처음엔 그녀가 할리우드 톱 미녀 배우인지 전혀 몰랐습니다.
영화 중반, 퓨리오사가 찾던 녹색의 땅이 이미 사라졌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장면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영화에서는 새로운 희망의 땅을 찾아 떠나는 전개가 많은데, 이 영화는 달랐습니다. 퓨리오사는 과거의 이상향을 포기하고, 부당한 현실인 시타델로 되돌아가 임모탄과 정면으로 맞서 싸우기로 결정합니다. 암울한 현실이라도 직접 바꿔나가겠다는 그녀의 선택이 정말 강렬했습니다.
프리퀄인 <퓨리오사>까지 보고 나니 그녀의 서사가 더욱 입체적으로 다가왔습니다. 녹색의 땅은 단순한 장소가 아니라 과거의 기억이자 실현 불가능한 이상이었던 거죠. 하지만 퓨리오사는 그 환상에 머물지 않고 발을 딛고 있는 땅에서 싸우는 쪽을 택합니다. 이 부분이 제게는 이 영화의 가장 큰 메시지로 느껴졌습니다.
"우리는 물건이 아니다" - 도구화된 인간들의 반란
임모탄이 지배하는 세계에서 인간은 철저히 도구입니다. 워보이들은 전쟁 소모품으로, 누군가는 '피 주머니'로, 여인들은 후계자를 낳는 생산 수단으로만 취급받습니다. 가끔 아프기라도 하면 몸이 얼마나 소중한지 절실히 느끼게 됩니다. 그런데 이 영화 속 인물들은 자신의 몸조차 자기 것이 아닌 세상에서 살아갑니다.
워보이 눅스를 보면서 정말 안타까웠습니다. 본성은 착한 아이인데, 그런 사회에서 태어나 사람 간의 따뜻함을 전혀 모르고 자랐으니까요. 임모탄을 신으로 떠받들며 '발할라'라는 사후세계를 믿고 목숨을 바치는 모습은 현대의 세뇌된 집단과 다를 바 없어 보였습니다. 다만 마지막에 임모탄의 여인 중 한 명과 교감하며 처음으로 인간다운 유대를 느끼고 간 건 그나마 다행이었습니다.
"We are not things"라는 대사가 영화에서 반복되는데, 이 문장이 영화 전체의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임모탄의 부인들과 노년의 여전사 '부발리니'가 힘을 합쳐 싸우는 모습은 약자들의 연대를 보여줍니다. 워보이들이 일방적으로 목숨을 바치는 세뇌된 관계라면, 이들의 관계는 서로의 아픔에 공감하며 서로를 지키는 진짜 유대였습니다. 사람은 언제든 약자가 될 수 있고, 그렇기에 사회는 약자를 배려하는 공동체여야 한다는 민주주의적 가치를 사막의 광기 속에서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매드맥스, 진짜 액션의 광기
저는 액션 영화를 그렇게 좋아하는 편은 아닙니다. 특히 주짓수를 오래 하면서 몸의 쓰임을 알게 되니, 말도 안 되는 액션씬이 나오면 정말 짜게 식곤 합니다. CG가 과하거나 억지스러운 연출이 보이면 몰입이 깨지는 거죠. 그런데 <매드맥스>는 달랐습니다.
도로 위에서 펼쳐지는 자동차 액션은 2시간 내내 지루할 틈이 없었습니다. 차량 추격전이 영화의 대부분을 차지하는데도 전혀 지루하지 않았던 건, 그 액션이 자연스러웠기 때문입니다. 일부에서는 '기타맨' 같은 연출이 너무 과장됐다고 보는 시각도 있는데, 저는 오히려 그 광기 어린 연출이 이 세계관을 완성시킨다고 봅니다. 생존을 위한 투쟁이라기보다, 그 암울한 환경에서 미치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세상의 분위기를 정확히 표현한 연출이었습니다.
실제로 이 영화는 CG보다 실제 스턴트를 많이 사용했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액션 하나하나가 무게감 있고 현실감이 느껴졌습니다. 폭발 장면이나 차량 충돌 장면에서도 픽션이지만 크게 거슬리는 부분이 없었던 건, 감독이 디테일에 얼마나 신경 썼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제가 이 영화를 계속 다시 보게 되는 이유는 샤를리즈 테론의 압도적인 존재감 때문입니다. 처음엔 톰 하디를 좋아해서 봤지만, 볼수록 퓨리오사에게 빠져들었습니다. 영화 말미에 그녀가 칼에 찔리는 장면에서야 비로소 여전사가 아닌 한 명의 여성으로 보였는데, 그때 이 배우가 할리우드 최고의 미녀였다는 사실을 알고 충격받았습니다. 그만큼 완벽한 캐릭터 몰입이었던 거죠. 픽션임에도 거슬리는 부분 없이 세계관에 푹 빠져들게 만드는 이 영화는 제 인생 최고의 액션 영화입니다. 샤를리즈 테론이 다시 주인공으로 나오는 매드맥스 속편이 나온다면, 저는 주저 없이 극장으로 달려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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